“억울하면 일찍 태어나라” 매달 월급에서 뜯어가더니 한 푼도 못 준다네요.
매달 월급 명세서를 보다 보면 유달리 아깝게 느껴지는 공제액이 있죠. 바로 국민연금일 텐데요.

물론 노후를 위한 준비라고 하지만 월급에서 공제되는 국민연금이 세금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노년의 최후 보루라고 생각하고 참고 있었던 국민연금이 90년생부턴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엄청난 후폭풍이 불고 있는데요.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1990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가 돼 수령 자격을 얻더라도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죠.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4일 ‘4대 공적연금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 소진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란 연금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에서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을 뺀 것인데요.
재정수지가 흑자이면 적립금이 쌓이지만 적자면 기존에 쌓아뒀던 적립금을 소진해 수급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죠.

그런데 2055년에는 적자를 넘어 소진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오며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국민연금 ‘재앙’이 발생한 데는 저출산으로 가입자 증가는 주춤한 것에 비해 고령화로 수급자는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 당 부양해야 할 수급자 수는 2020년 19.4명인데 반해 2050년엔 93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죠.

부양 부담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현재와 같은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한다면 적립금이 2055년에 바닥난다고 내다보았습니다.
결국 ‘조금 내고 많이 받아 가면’ 1990년생들에게 돌아갈 몫은 남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국민연금 지급액이 너무 과하다고 보기엔 그 액수가 크지만은 않은데요.

한경연에 따르면 현재도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소득을 보장하기엔 연금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 노후 생활 소득원 중 56%를 차지하는 미국·영국·프랑스 등에 비해 25%로 절반 수준에 그치는데요.
사적연금이나 자본소득 등 사적 이전소득 또한 높지 않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죠.

공적·사적 연금이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한국 노인들은 노후 소득의 절반 이상을 근로소득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고갈되고 노후에 내가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전문가들은 노후 소득 보장의 기초인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시급히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올려 한국보다 늦은 65~67세 연금을 개시하는데요.
향후 67~75세까지 미루며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식으로 연금 지속성을 높이려 하고 있죠.
또한 독일은 수급자 대비 가입자 비율 등을 반영해 연금 급여액을 자동 조정하도록 연금제도를 개혁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1998년 9%로 변경된 이래 20년이 넘도록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지적했는데요.
보험료율을 12%까지 높여 기금 수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논란이 지속되자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은 국가가 법으로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로 수급권자가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는 있을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정부 역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됐으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라는 이유로 현실화되지 못했는데요.
결국 현재 수혜자와 미래 수혜자 가운데 누구에게 더 부담을 지울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여야의 양강 대선후보들조차 ‘고갈’ 경고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내가 낸 연금을 10원짜리 하나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