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27일 출근” 월급도 쥐꼬리.. 한국인은 빤스런하고 외노자만 남는다는 ‘세계 1위’ 업계 정체

‘거제에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90년대 중반 한국 조선업이 활황을 누리던 시절을 빗대어 하는 말인데요. 당시 한국 조선업은 세계 조선산업의 핵심이었고 그만큼 조선업의 위상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지는데요.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2018년엔 생산실적이 전성기의 40% 수준인 34조 9000억 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수주’가 쪼그라들면서 많은 숙련공들도 조선소를 떠나가는데요. 2015년 20만 3000명까지 늘어났던 조선업 종사자는 지난해 9만 20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죠.

임금 수준도 비슷한 모양새를 보이는데요. 한때 조선업 임금은 제조업 평균의 1.5배를 웃돌 정도로 후한 편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숙련된 노동자가 떠나고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은 조선업계로 찾는 근로자들의 발길을 줄어들게 만드는데요.

이에 모처럼 찾아온 활황에도 조선업계는 인력난에 시름하고 있죠.

한국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 끝에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았지만 숙련공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자초하였습니다.

대형 조선사들은 인력난에 동남아 등에서 인력 수급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오래간만에 찾아온 초호황기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죠.

최근 국내 고급인력 확보를 두고 현대중공업과 4개 조선사(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케이조선·대한조선)간 빚어진 충돌도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올 들어 삼성중공업 한 곳에서만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인력이 무려 200여 명에 달하는데요.

이들 대부분이 LNG선 등과 관련된 연구·설계 전문 인력이라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인력 누출은 물론 기술 누출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논란 끝에 지난 8월 4개 조선사는 현대중공업그룹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르죠.

국내 조선업계의 인력난이 심상치 않자 정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외국인 근로자 채용 확대인데요.

실제 현대중공업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용접 숙련공 550여 명을 국내에 수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비롯한 업계 안팎에선 외국인 근로자 의존은 단기적인 미봉책이 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서 몇 년간 일하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기술력 승계가 안될뿐더러 언어 문제로 산업재해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외국인 채용을 늘려 당장의 인력난을 해소하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존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해 떠났던 근로자들을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조선업은 수년간 불황을 겪으면서 임금이 동결 수준을 넘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한 대형 조선사의 경우 과장급 연봉이 5000만 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죠.

실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력 16년 차 근로자의 급여명세서는 조선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공개된 올 1월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경력 16년 차 59세 A 씨는 한 달 27일 291시간(일평균 10.7시간)을 일하고 266만 원이 월급을 받았는데요.

이마저도 세전 금액으로 공제 후 그가 받은 돈은 233만 원에 불과했죠.

A 씨는 정상 근무 136시간, 유급·주차 105시간, 연장근로 2시간, 휴일근로 32시간이라는 높은 업무 강도에도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아 충격을 주었습니다.

퇴보하는 임금에 회의감을 느낀 사람들은 조선소를 떠나 배달 라이더로 전업을 하는가 하면 용접공들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으로 떠나는데요.

훨씬 높은 임금에 조선소에 더 이상 근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지난 2016년까지 대형 조선사에서 근무하다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B 씨는 만족감을 드러내는데요.

그는 “대형 조선소 하루 일당이 12만~13만 원인데, 더 안정하고 대우도 좋은 평택 현장은 8시간에 20만 원 정도를 받는다”라며 조선업계의 낮은 임금을 꼬집었습니다.

거기에 오랜 기간 조선업에 종사하였지만 불황이 오자 내쳐지듯 쫓겨난 것도 조선업계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죠.

수년째 적자에 시달렸던 조선사들이 당장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처우 개선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죠.

인력과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의 공세에서 한국의 조선업이 살아남을 수 방법은 결국 기술력 뿐인데요.

뛰어난 청년 인재를 유입하고 그들이 장기적으로 근속시켜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결국 정당한 임금 지급만이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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