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좀 챙기자” 대낮 음주에 어린 애 참변 당했는데.. 시청률 땡길려고 전과 3범 출연시킨 공중파 방송 상황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방송은 계몽의 수단이었죠.

각종 교양 프로그램이나 공익광고가 쏟아져 나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앞장서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오히려 방송이 사람들의 인식보다 뒤떨어졌다는 인상을 받는 경우가 더 늘어났는데요. 오죽하면 ‘밈 사망선고’ 같은 말도 나올 정도죠.

인터넷에서 한창 떠돌던 밈이 방송에 나오면 그게 그 밈이 사망하는 시점이라는 의미인데요.

웃자고 하는 이야기겠지만 방송이 이제 인터넷이나 사회보다 뒤떨어졌다는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구석입니다.

문제는 이런 밈에서 그치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방송이 훨씬 더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인데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 때, 앞장서서 음주운전 전과자를 내보낸 방송국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방송국에서는 매일같이 뉴스 시간만 되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소식을 다루고 있죠.

다른 곳도 아닌 지상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쳤는데요. 무려 음주운전으로 세 번이나 적발된 가수 호란이 지상파인 MBC에 출연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호란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MBC의 예능 프로그램인 ‘복면가왕’ 이었는데요. 가면을 벗고 아무일도 없던 듯 그가 얼굴을 드러낸 것은 7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가 세 번째로 음주운전 적발된 것은 지난 2016년 9월의 일이었는데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프라인 무대에만 서더니 방송 출연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호란은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화물차를 들이받았는데요. 화물차와 승용차의 싸움이었지만 피해 운전자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어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걸린게 세 번째인 것이지, 이 정도면 술마시고 운전대를 수없이 잡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었죠.

이런 호란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요. 그의 모습에 함께 띄워진 자막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해야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유명 가수라도 바로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요. 문제의 방송에서 호란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탈락을 하게 됐습니다.

제작진은 탈락한 호란의 모습에 자막을 달아주었는데요. ‘음색 퀸 호란, 무대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아주 훈훈하고 가슴 따뜻한’ 자막이었습니다.

실제로 섭외와 촬영 과정에서도 방송국은 호란에게 굉장히 친절한 태도를 보였던 모양새였는데요.

호란은 가면을 벗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따뜻한 응원 덕에 용기를 내서 끝까지 서있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죠.

급기야는 새 앨범을 홍보하는 ‘뻔뻔하고 당당한’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는 ‘곧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니 많이 들어달라. 조만간 공연으로도 만나 뵙겠다’라며 인터뷰를 마쳤죠.

방송이 송출되자마자 ‘복면가왕’ 게시판은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음주운전은 범죄’라며 범죄자를 출연시킨 방송사와 제작진에 대한 성토대회가 열렸습니다.

계속된 시청자들의 항의에 결국 MBC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죠. MBC에서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튜브 영상에서도 호란이 출연한 부분은 통편집 되어버리고 말았죠.

생각보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거셌던 탓에 다른 방송국에서도 덩달아 ‘눈치보기’에 들어갔는데요.

KBS에서는 방영 중인 드라마의 OST에 호란이 참여한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노래를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대처를 했다고 하지만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는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지는 못했죠.

결국, 제작진이 걸러내지 못한 걸 대중이 나서서 바로잡은 셈이 됐습니다.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대중과 방송의 감수성 차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방송국에서는 자숙했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제까지 연예인들이 각종 범죄를 저질러도 방송국에서는 꾸준히 관대한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특히나 음주운전은 ‘몇 년 쉬다가 은근슬쩍 얼굴 들이밀면 끝’인 죄목이었습니다.

당장 같은 방송사의 뉴스에서는 ‘초등학생 참변’같은 음주운전 사고가 매일같이 나오고 있는데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전혀 일관적이지 못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결국 KBS에서는 최근 같은 음주운전 적발 이력이 있는 신혜성과 김새론에게 출연정지 처분을 내렸는데요. 호란 사건을 의식한 것 같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과 처벌의 수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데요.

다른 죄를 지은 연예인들은 나오지 못하면서 음주운전에만 관대한 방송가의 태도가 바뀌어야 할 때인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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